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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

<희망 시 모음> 2

by 연구랩★ 2019.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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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시 모음> 이희정의 ´희망에게´ 외 

+ 희망에게 

눈물이 날 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봐 
나비 한 마리 
허공에 환한 날갯짓하며 
다만 삶을 불태우고 있어 
(이희정·시인)


+ 희망이라는 것

희망. 
희망은 분명 있다. 
네가 내일의 닫힌 상자를 
굳이 열지만 않는다면…. 

희망. 
희망은 분명히 빛난다. 
네가 너무 가까이 가서 
그 그윽한 거리의 노을을 벗기지만 않으면…. 

희망. 
그것은 너의 보석으로 넉넉히 만들 수도 있다. 
네가 네 안에 너무 가까이 있어 
너의 맑은 눈을 오히려 가리우지만 않으면…. 

희망. 
희망은 스스로 네가 될 수도 있다. 
다함없는 너의 사랑이 
흙 속에 묻혀, 
눈물 어린 눈으로 너의 꿈을 
먼 나라의 별과 같이 우리가 바라볼 때… 

희망. 
그것은 너다. 
너의 생명이 닿는 곳에 가없이 놓인 
내일의 가교(架橋)를 끝없이 걸어가는, 
별과 바람에도 그것은 꽃잎처럼 불리는 
네 마음의 머나먼 모습이다.
(김현승·시인, 1913-1975)


+ 꽃씨를 심으며

희망은 작은 거다
처음엔 이렇게 작은 거다

가슴에 두 손을 곱게 포개고
따스한 눈길로 키워주지 않으면

구멍 난 주머니 속의 동전처럼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는 거다

오늘 내가 심은 꽃씨 한 톨이
세상 한 켠 그늘을 지워준다면

내일이 행여 보이지 않더라도
오늘은 작게 시작하는 거다 
(홍수희·시인)


+ 희망은 깨어 있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가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희망은 한 마리 새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도 
더욱 달콤한 소리 
아무리 심한 폭풍도 
많은 이의 가슴 따뜻이 보듬는 
그 작은 새의 노래 멈추지 못하리. 

나는 그 소리를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다. 

허나 아무리 절박해도 
그건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다.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 시인, 1830-1886) 


+ 희망

앞이 있고 그 앞에 또 앞이라 하는 것 앞에 또 앞이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는 달팽이가 느닷없이 제 등에 진 집을 
큰 소리나게 벼락치듯 벼락같이 내려놓고 갈 것이라는 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말하는 앞이라 하는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긴 있을 것이다 
달팽이가 전속력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면. 
(신현정·시인, 1948-)


+ 벌레 먹은 희망으로 

텃밭에 심은 배추를 뽑아 
대충 씻어 쌈을 싸 먹는데 
배추벌레 한 마리가 
늘씬늘씬 기어간다 

하 고놈 참 이쁘다 
고맙다 
너 아직 살아 있구나 
그냥 눈물이 난다 

흠집 하나 없는 아주 매끈한 배추처럼 
벌레 하나 범접 못하게 혹독하게 
인간의 욕망을 죽이던 시절이 있었다 

내 언 몸 속 죽은 듯한 
배추벌레들 눈뜨며 꿈틀댄다 

아 나 살아있다 
이리 푸른 속울음으로 
벌레 먹은 희망으로 나 살아있다 
(박노해·시인, 1958-)


+ 다시 사랑을 위하여

다 젖고 나면 더 젖을 게 없어
그때부터 열이 난다는 걸
젖어본 사람은 안다

덜 젖으려고 발버둥칠수록
이미 젖은 것들이 채 젖지 못한 것들을 
껴안고 뒹굴어 결국 다 젖고 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비오는 날은 비를 맞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을 맞듯이
받아들이며 껴안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넉넉하고 건강한지를
비탈길을 걸어본 사람은
다 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철로 위에 선 여자야
강가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사내야
더 젖어봐라 다 젖고 나면 펄펄 열이 나겠지
그 열로 다시 사랑을 데울지 누가 아느냐

절망하고 절망하고 하염없이 절망해도 
절망할 수 있다는 절망도 희망 아니냐
비탈에도 햇살은 내리고
진흙탕물 속에서도 연뿌리는 꽃대를 밀어 올린다
(김시탁·시인, 1963-) 


+ 희망을 위하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곽재구·시인, 1954-)


+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희망은 절망이 깊어 더 이상 
절망할 필요가 없을 때 온다. 
연체료가 붙어서 날아드는 
체납이자 독촉장처럼 절망은 
물 빠진 뻘밭 위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감은 눈앞에 
환히 떠오르는 현실의 확실성으로 온다. 
절망은 어둑한 방에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서랍을 열어 서랍 속의 
잡동사니를 뒤집어 털어내듯이 
한없이 비운 머릿속으로 
다시 잘 알 수 없는 아버지와 두 사람의 냉냉한 침묵과 
옛날의 病에 대한 희미한 기억처럼 
희미하고 불투명하게 와서 
빈 머릿속에 불을 켠다. 
실업의 아버지가 지키는 썰렁한 소매가게 
빈약한 물건들을 
건방지게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백열전구처럼. 
핏줄을 열어, 피를 쏟고 
빈 핏줄에 도는 박하향처럼 환한 
현기증으로, 환멸로, 
굶은 저녁 밥냄새로, 
뭉크 畵集의 움직임 없는 여자처럼 
카프카의 K처럼 
와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의 주인을 
달래서, 살고 싶게 만드는 
절망은 
(장석주·시인, 1954-)


+ 열쇠

세상의 문이 나를 향해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 
방문과 대문만 그런 게 아니다 
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그들 
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집들이 그러하다 
등뒤에다 야유와 멸시의 언어를 
소금처럼 뿌리는 이도 있다 
그들의 문을 열 만능 열쇠가 내게는 없다 
이 세상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저 평범한 몇 개의 열쇠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드리는 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사는 동안 내내 열리지 않던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날처럼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작은 삐걱임과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소리 
희망의 소리도 그와 같으리니 
(도종환·시인, 1954-)


+ 희망에 대한 속설

어떤 이는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라 하고
어떤 이는
껍질을 찢고 나오는
매화라고 하고
누구는 
둥지에 품고 있는 알이라고 하고
누구는
고치 밖으로 펼친 날개라고 하는데

나는 육신이라는 
그 단단하고 두터운 
갑옷 속에 감추어놓은 
한없이 부드러운 마음 같은 것이라고

살을 베어 밥으로 덜어주고
그의 입속에 들어가
피를 뜨겁게 데워주고
옷을 벗어 방으로 건네주고
정신을 잃게 만들어주고
몸으로 안아
절 한 채 되어주는 것
그 속에 아궁이 하나 만들어놓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도끼로 패서 불을 지르는 것
(김종제·교사 시인, 강원도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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